서 평

미오기傳

< 저자 김미옥   |   출판 이유출판>

글. 양원희

  •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때마다 나는 과거를 불러 화해했다.
    쓰고 맵고 아린 시간에 열을 가하자 순한 맛이 되었다.
    나는 술래잡기하듯 아픈 기억을 찾아내 친구로 만들었다.
    내 과거를 푹 고아 우려낸 글, ‘곰국’은 이렇게 나왔다.
  • - 프롤로그 중에서
  •  이 책의 저자 ‘김미옥’에 대한 소개로 가장 적절한 것은 ‘그녀의 문장’이 아닐까 싶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얼마나 찰진지. 그녀의 삶은 너무나 파란만장했지만 삶을 대하는 그녀의 놀라운 명랑함과 유머에 나 또한 위로를 받았다. 내용과 서사로 인한 위로도 물론 있었지만, 그녀의 문장 자체가 나를 위로하니, ‘김미옥’은 진심 탁월한 문장가다.
  •  그녀는 2019년부터 SNS에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그녀가 소개한 책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기 시작했고, 그녀의 서평 하나에 알려지지 않았던 책들이 품귀현상에까지 이르자 출판계가 들끓었다. 나 역시도 그녀의 서평집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를 읽고 추천작들을 많이도 사서 읽었다. 그야말로 그녀는 ‘네가 안 읽으니 내가 읽겠다’고 책과 활자가 사라져가는 세상에 선전포고를 했고, 전투적 서평가인 그녀는 결국 전쟁의 승자가 되었다. 그만큼 그녀의 ‘문장’에는 그 어떤 무기보다 강한 힘이 있었다.
  • 나는 복장도 불량하고 웃지도 않아서 인상이 더러웠다.
  •  내가 그녀의 성장 과정과 삶이 녹아있는 <미오기전>을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밑줄을 그은 대목이다. 내일모레 오십인데도 아직 사춘기처럼 삐딱한 나는, 아들만 셋 키우느라 거칠어진 나는,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이렇게 담백하고 명확한 저자 유년 시절에 대한 소개가 참 와닿았다. 그리고 그냥 별 얘기 아닌데도 위로가 되었다. 아름답기만을 강요당하고, 포장하고 잘 지내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 넘쳐나는 자기과시의 SNS 시대에 지쳐있던 나를 흔들어 깨우는 문장이었다.
  •  초등학교 6학년, 빚보증으로 기울어진 가세 때문에 빨리 돈을 벌어 오빠들을 학교에 보내야 했던 그녀에게 ‘책’은 가난을 잊기 위한 유일한 통로였다. 그리고 그녀의 ‘서사’와 ‘결핍’에서 나온 해학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절망하지 않겠다는 어린 시절 그녀의 다짐은 그를 억척스럽게 만들었지만 결국 잘(?) 자랐고,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 살며 ‘나눌 수 있는 삶’으로까지 성장했다. 꼭 생활 형편과 환경이 좋아졌다는 말이 아니다. 그의 지경이 넓고 깊어졌다고나 할까. 그의 인생 책, 20세기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의 자전 에세이 <죽음의 수용소에서>처럼, 똑같이 굶주려도 어떤 사람은 더 배고픈 사람에게 자신의 빵을 나눠준다고. 그런 사람들이 인간의 품위와 세상을 지켜준다는 그의 믿음은 그의 인생 곳곳에서, 그의 문장 틈새마다 촘촘하게 스며 들어 있었다.
  • 명랑은 나의 콘셉트이다. 어릴 때 남자 형제들에게 죽어라고 얻어터지면서도 나는 명랑했다. 그야말로 “난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에요.”였다.
  •  그의 문장은 진짜 명랑하고 통통 튀었지만 문장 뒤에 숨겨진 그 감정은 이상할 정도로 더 깊이 있게 느껴졌다.
  •  계절이 오가는지도 모르고, 안다고 생각했던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모르고, 모르고, 모르겠고... 게다가 집 열쇠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  게다가 내가 잘 모르겠다고 어렴풋이 느꼈던 것에 대해 명확하게 얘기해 주었고, 집 열쇠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부분에서 모호하고 막연한 삶의 가치에서 일상을 살아내는 힘 또한 북돋아 주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책에 밑줄을 많이 그었고, 밑줄 그은 부분은 몇 번씩 열어서 반복해서 보았다. 이미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린 책이지만, 뜨겁고 바빴고 숨을 헐떡였던 계절을 떠나보내고 있는 지금, ‘미오기傳’이 고스란히 ‘양워니傳’이 된 것처럼, 이 책으로 위로받고, 타들었던 가슴을 식히는 시간을 여러분들도 보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