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도파민 밸런스

< 저자 안철우   |   출판 부키>

글. 양원희

  •  나는 지금도 다디단 바닐라 라테를 몇 잔 째 마시며 동그랗고 울퉁불퉁한 금박의 초콜릿을 쌓아두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몸이 울퉁불퉁해졌다. 단 거 너무 좋아한다고 주변 사람들한테 혼이 날 정도다. 하루에 믹스커피를 다섯 잔 이상씩 마실 때도 있었다. 마치 물처럼. 그래서 충치가 너무 많이 생겨서 치료하느라 고생하기도 했고, 살은 살대로 쪄서 여리여리했던 내가 덩치 좋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슬프다.
  • ‘도파민 밸런스’
  •  나는 이미 문제는 인식하고 있었다. 아이 셋을 낳고 도움 없이 혼자 키우며 일까지 하려니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할 여력과 시간이 없었다. 그 와중에 나에게는 철칙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훈육은 하되 절대로 화는 내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엄마는 되었지만, 나 자신을 돌볼 새는 없었다. 짧게 짧게 힘을 충전하고 기분을 좋게 해 줄 물질이 필요했고, 그게 나에게는 바로 ‘달콤함’이었다. 한잔 두잔 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고 몸은 더 많이 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충치도 쌓이고 뱃살도 쌓였다.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중독’의 상태가 되었고, 요즘 이 ‘중독’이 또 다른 ‘고민’이 되었다. 그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  도파민은 뇌세포에 쾌락이나 즐거움 등의 신호를 전달하는 호르몬이다. 언제부턴가 ‘도파민이 터진다’라는 표현을 사람들이 쓰기 시작하면서, 자칫하면 쾌감을 느낄 때만 도파민이 많이 분비된다고 착각하거나 도파민의 역할을 축소할 수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단순한 쾌락뿐만 아니라 오늘보다 더 좋은 기대감으로 하기 싫은 마음을 극복하게끔 이끌어 주고, 눈앞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력을 생성해 주는 것이 바로 도파민의 주된 역할이다. 그렇기에 도파민은 ‘균형’, 즉 ‘밸런스’가 중요하다. 쾌락이 영원한 즐거움은 아니듯, 고통이 영원한 괴로움은 아니다. 잠깐의 쾌락 뒤에 공허함이 있고, 길고 긴 고통의 시간 뒤에 인내의 기쁨과 열매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도파민의 균형을 잘 지켜서, 행동 추구를 유발하는 ‘당근’과 행동 억제를 유발하는 ‘채찍’을 통해 각자의 삶을 몸과 마음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광기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알베르토 아인슈타인

  •  뜨끔했다. 아인슈타인이 그 옛날, 오늘의 나를 지목하고 한 말 같았다. 살이 빠지기를 원하면서 지독하게 단 커피와 탄수화물을 쌓아두고 섭취하는 이 죽일 놈의 습관에 경종을 울리는 말이다. 지금 우리의 삶이 바뀌길 원한다면, 도파민 디톡스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다.
  • 도파민 디톡스 3단계!
  •  저자이자 호르몬 명의로 알려진 안철우는 도파민의 균형을 위해 3단계의 디톡스 과정과 구체적인 방법, 일지 작성의 요령을 소개한다. ‘중독을 인지’하고 ‘방해 요소를 멀리’하며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3단계의 디톡스 여정을 제시하고 별책부록으로 친절하게 ‘일지’까지 제공해 주었다. 하루도 그 행위나 물질이 없으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들, 순간적으로 나에게 위로는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나를 망치고 있는 것들을 끊어내지 못하고 자책하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  나는 이미 중독은 인지하고 있으니 반은 성공했다. 시작이 반이므로. 그리고 방해 요소를 멀리하는 방법도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실천만 하면 된다. 그런데 방해 요소를 멀리하는 과정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다. 디톡스 기간 내내 나를 따라다닐 이 불편함을 계속해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아마 단 커피를 못 먹게 되면 순간순간이 너무 괴로울 것 같다. 몸이 힘들고 사소하지만 여러 잡다한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일상 중에 단 커피 대신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씁쓸하다. 그런데 저자는 자꾸 내가 그런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를 포착하는 능력이 향상되면,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도 함께 발전할 것이라고 한다. 불편한 마음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용감하게 맞선다고나 할까. 절제의 시간은 단순히 무언가를 참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디톡스를 방해하는 요소를 찾아내고, 나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자기 통제력을 높일 수 있는 시간이자,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라고 자꾸 인지하니 진짜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리고 이것만큼 온전한 보상이 어디 있을까? 날씬해진 몸과 건강한 체력은 덤이다.
  •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정해진 기간 동안이다. 영원히 단것을 못 먹는 것은 아니다. 단지 뇌가 깨어진 도파민의 균형을 회복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할 때까지 기간을 정하고 디톡스 여정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보상 외에도, 이렇게 일정한 기간이 지나서, 단기적 목표에 달성할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물질적 보상을 준다던가, 여행과 마사지 등의 경험적 보상, 축하 파티와 같은 사회적 보상, 같은 관심 분야의 사람들과 세미나나 워크숍을 갖는 등의 지식적 보상을 나에게 주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이 동력이 되고, 이 과정이 뇌의 항상성을 발달시켜 결국에는 도파민의 균형을 찾는 건강하고 건전한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 오늘 무엇을 먹는지가 내일을 결정한다.
    오늘 무엇을 안 먹는지가 또한 내일을 결정한다.
    오늘 무엇을 하는지가 내일을 결정한다.
    오늘 무엇을 안 하는지가 또한 내일을 결정한다.
  •  나를 위로했던 것이 되레 나를 망치고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다음 서평에서 만날 때는, 우리 모두 더 나은 내가 되어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