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 판례해설

공공계약 판례해설

[41] 과징금 대체부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문제된 사례

  • A사는 산하에 하부영업조직인 사업국을 두고 있는데, 사업국장이나 사업국 소속 판매원은 모두 A사와는 별개의 독립된 사업자로 그 매출액에 따라 A사로부터 일정한 수수료를 얻는 구조였습니다.
  • 조달청은 정수기 임차용역(이하 “이 사건 임차용역”)에 관하여 용역기간을 계약일로부터 3년, 예산액을 170,496,000원으로 정하여 긴급입찰공고를 하였습니다. A사의 사업국장 C는 이 사건 임차용역에 관한 입찰 제안서를 작성하였고, A사의 담당직원인 D, E는 위 제안서를 기초로 입찰에 참가하여 A사가 입찰금액 100,048,000원으로 이 사건 임차용역을 낙찰 받았습니다.
  • 그런데 C는 용역기간을 2014년 2개월, 2015년 12개월, 2016년 12개월로 잘못 이해한 나머지 26개월을 기준으로 위 입찰금액을 계산하였고, 이후 조달청 담당자가 낙찰 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야 착오로 입찰금액이 계산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이에 직원 D는 조달청에 계약포기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 이에 따라 조달청은 A사 및 A사의 대표자이던 B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이 사건 임차용역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6개월 동안 제한하는 처분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이러한 경우 법원(서울고등법원 2016. 6. 23.  선고 2015누69487 판결1)은 어떠한 판단을 내렸을까요?”

1조달청이 상고하였으나 2016. 10. 20. 심리불속행기각(대법원 2016두45134호)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쟁점

  • 이 사건은 “과징금 대체부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시한 사안입니다.

법원의 판단

  • 본 판결은, “규정 형식상 부령인 시행규칙으로 정한 행정처분의 기준은 행정청 내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의 성격을 지닐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없다. 따라서, 그 처분이 위 규칙에 위배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위법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하고, 또 위 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하다 하여 바로 그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 처분의 적법 여부는 위 규칙에 적합한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계 법령의 규정 및 그 취지에 적합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10. 17. 선고 94누14148 판결 참조)”는 법리를 확인하였습니다.
  •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처분은 그 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A사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즉, ①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1항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불과하고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법규성이 없는 점, ② A사 산하 개인사업자인 C가 입찰금액을 잘못 산정하였고 업무에 미숙한 담당직원의 실수가 더해져 A사가 이 사건 임차용역 계약을 포기하게 된 것인바, 그 계약 포기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임차용역 계약금액은 100,048,000원으로 그 규모가 크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A사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준정부기관이 행하는 모든 입찰에 참가하는 것이 법률상 제한될 뿐 아니라, 민간사업 입찰에서도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이 있을 것을 자격조건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민간사업 참여의 기회도 박탈되어, A사의 경영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점, ⑤ 국가계약법 제27조의2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갈음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고,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의2 제1항 제5호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경우로서 ‘입찰의 공정성과 계약 이행의 적정성이 현저하게 훼손되지 아니한 경우로서 부정당업자의 책임이 경미하여 다시 위반행위를 할 위험성이 낮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바, A사는 그동안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은 적이 없었고, 이 사건 처분 이후 입찰공고에 대하여 내부적 법률 검토를 거치는 한편 담당자로 하여금 입찰금액 이상 유무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는 등 입찰참가절차를 개선한 점을 고려하면 위 규정에 의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여지도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처분은 A사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시사점

  • 국가계약법 제27조의2,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의2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에 관하여 입찰 참가자격 제한에 갈음하여 과징금을 대체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과징금 대체부과제도의 도입 취지는 부정당업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부과하는 것이 구체적 타당성과 사회적 손실을 감안하지 못한 과도한 조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위반 행위의 정도가 경미하고 위반 사실에 참작할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입찰참가를 제한함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사회적 손실과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것이었습니다.
  • 이에 본 판결은 과징금 대체부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에 관하여, 해당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판결의 취지는, 제반 사정을 참작할 때 과징금 부과 요건을 갖추었고 그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한 경우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 더욱이 최근 기획재정부에 설치된 과징금부과심의위원회를 폐지하고 각 중앙관서의 장이 직접 과징금 대체부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2023. 10. 18.자로 시행되었고, 기획재정부는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과징금 부과 업무 협조요청 공문을 각급 발주기관에 배포하였습니다. 이는 각급 발주기관들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과징금 대체 부과 제도의 활용을 도모하는데 입법 취지를 두고 있습니다.
  • 실제로 여러 국가기관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갈음하는 과징금 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대신 그에 상응하는 과징금을 부과해 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과징금 대체부과 제도의 적극 활용을 고민하고, 만일 과징금 대체부과의 요건을 갖추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이루어졌을 경우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다툴 수 있다는 점도 숙지하시기를 바랍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진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