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계약 판례해설
[42]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의 ‘계약을 이행할 때에 부정한 행위를 한 자’의 해석
문제된 사례
- A사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되어 피복류 등을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 A사는 2020. 1. 2.경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방위사업청장과 육군 춘추 및 하운동복을 제조, 납품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납품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 A사는 이 사건 납품계약의 내용에 따라 운동복 생산에 사용할 원단이 구매요구서에서 정한 품질기준에 부합함을 확인한다는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를 방위사업청장 측에 제출하였고, 원단을 재단, 제작, 다림질, 포장 등 공정을 거쳐 운동복을 제조한 뒤 육군 각 부대에 춘추운동복 완제품과 하운동복 완제품을 납품하였습니다.
- 방위사업청장 측 국방기술품질원 부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공인기관인 B기관에 A사가 납품한 운동복 완제품(이하 ‘이 사건 운동복’)을 대상으로 시험을 의뢰하였는데, 위 원단의 시험결과와 달리 운동복 완제품의 수분제어특성 등이 품질기준에 미달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 방위사업청장은 2021. 12. 24. A사가 운동복 제작에 사용할 원단이 품질기준을 충족한다는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를 제출하였으나, 운동복 완제품이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점을 이유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76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76조 [별표2] ‘2. 개별기준’ 제3호 (나)목에 따라 A사의 입찰참가자격을 6개월간 제한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습니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국가계약법법 시행규칙 제76조 [별표2] ‘2. 개별기준’) | 제재기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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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호 법 제27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자 중 계약의 이행을 부당하게 하거나 계약을 이행할 때에 부정한 행위를 한 자 | |
가. 설계서(물품제조의 경우에는 규격서를 말한다. 이하 같다)와 달리 구조물 내구성 연한의 단축, 안전도의 위해를 가져오는 등 부당한 시공(물품의 경우에는 제조를 말한다. 이하 같다)을 한 자 | 1년 |
나. 설계서상의 기준규격보다 낮은 다른 자재를 쓰는 등 부정한 시공을 한 자 | 6개월 |
다. 가목의 부당한 시공과 나목의 부정한 시공에 대하여 각각 감리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은 자 | 3개월 |

“이러한 경우 대법원(2024. 6. 27. 선고 2024두32393 판결1)은 어떠한 판단을 내렸을까요?”
1한편, 제1심과 원심은 위 원단 시험결과와 운동복 완제품 시험결과에 차이가 있고, A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운동복 제작 과정에서 원단의 섬유혼용률과 질량, 수분제어특성 등이 변경될 수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A사에게 이 사건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2구합50731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2누71273 판결).
쟁점
- 이 사건은 “A사의 행위가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의 ‘계약을 이행할 때에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판시한 사안입니다.
법원의 판단
- 대법원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령인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 ‘부정한 행위를 한 자’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습니다.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는 '계약을 이행할 때에 부실조잡 또는 부당'하게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자'로 전단과 후단을 나누어 규정하고, 개별기준 역시 부실한 이행(제1호)과 조잡한 이행(제2호), 부당부정한 행위(제3호)를 나누어 각 행위별로 제재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다. 개별기준 제3호 (나)목은 '부정한 행위를 한 자'의 구체적인 예시로 '설계서상의 기준규격보다 낮은 자재를 쓰는 행위'를 들고 있다. 개별기준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제1, 2호는 하자의 정도에 따라 제재기간에 차등을 두는 점 등에 비추어 제조된 물품의 객관적 상태가 품질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등 계약이행의 결과에 대하여 제재하려는 목적임이 명백하다. 반면 제3호는 시공방법이나 사용한 자재가 설계서와 다른 경우를 예시로 들고 있으므로 계약을 위반하는 행위 자체를 제재하고자 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한 국가계약법령은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9호 (나)목, 같은 법 시행령 제76조 제2항 제2호 (가)목, 개별기준 제13호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계약의 주요조건을 위반하여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여, 계약당사자가 계약상 책임을 소극적으로 이행하지 아니함으로 인해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대해서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와는 별도의 규정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4호는 부정당업자의 다른 유형으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입찰낙찰 또는 계약의 체결이행 과정에서 국가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를 두면서 사기인지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국가에 발생한 손해의 정도에 따라 제재기간에 차등을 두어(개별기준 제6호), '부정한 행위'를 사기에 준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 법령의 체계와 내용을 종합하면,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76조 제4항의 위임에 따른 개별기준 제3호 (나)목의 '부정한 행위를 한 자'란 설계서상의 기준규격보다 낮은 다른 자재를 쓰거나 이와 같은 정도로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옳지 못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자를 말한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은 위 해석에 따라, 처분청인 방위사업청장이 A사가 이 사건 운동복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공인기관의 시험을 통과한 원단이 아니라 품질기준에 미달되는 다른 원단을 사용하거나 이에 준하는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옳지 않은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물품을 제조하였음을 증명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은 ① 운동복 완제품 시험결과만으로는 A사가 이 사건 운동복을 제조할 때 기준규격보다 낮은 다른 원단을 사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② A사가 피복류 제작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될 수 없는 이례적인 공정으로 운동복을 제작하는 등 다른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에 대한 주장증명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방위사업청장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사가 ‘부정한 제조를 한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와 달리 본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시사점
- 이 사건은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정한 행위’의 의미를 사실상 최초로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국가계약법령의 모호한 규정에 있습니다.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와 이를 구체화한 시행령 제76조 및 시행규칙 제76조 [별표2] ‘2. 개별기준’ 제3호 (나)목에는 ‘부정한 행위’가 무엇인지, 그 정의 규정을 따로 두지 않았고, 국가계약법과 체계가 동일한 지방자치법 제31조 제1항 제1호도 ‘부정한 행위’의 의미에 대해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물품 제조 및 시공과 관련해서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가 문제된 경우, ‘부정한 행위’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해당 사건에 적용할 것인지, 나아가 위 제3호 (가)목에서 정하고 있는 ‘부당한 시공을 한 자’와의 모호함으로 인해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를 잘못 적용하는 등의 실무상 논란이 있었습니다.
- 대법원은 ‘부정한 행위’의 의미를 법 문언에 따라 ‘사회통념상 옳지 못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로 보고, 그 행위 중에서 위 제3호 (나)목이 예시로 든 ‘설계서상의 기준규격보다 낮은 다른 자재를 쓰는 행위’가 국가계약법령상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설시는 실무상 혼용되어 적용되어 왔던 위 제3호 (가)목과 (나)목의 차이를 계약 이행의 ‘결과’에 대한 제제[(가)목]와 계약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나)목]로 나누어 분명하게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그간 이어져 온 실무상 논란을 해결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한 가지 더 주목할 부분은 ‘부정한 행위’의 의미를 해석하는 방법입니다. 실무 과정에서 특정업체의 행위가 국가계약법이 정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에 해당하는지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실무상 발생되는 행위가 매우 다양하고 가변적인 반면, 이를 규율하는 국가계약법령상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는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 그 1차적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러한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법령의 의미가 무엇인지’ 부터 살피기 마련인데, 이때 대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법 문언이 가지는 범위 안에서 국가계약법의 입법 취지, 목적, 연혁 등을 고려하여야 하고, 무엇보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이 가지고 있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성격 등 해당 처분이 미치는 파장을 감안해서 관련 행정법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국가계약법령을 1차적으로 해석하고 집행하는 행정청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원칙이지만, 실제 사례에서 아쉬운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만큼 위와 같은 법 해석에 관한 입장은 다시금 그 중요성을 일깨워준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황정현